작성자 윤형구님의 [칭찬 합시다] 이메일 내용 게시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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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 2017-09-13| 조회수 : 5336 | |||
보낸사람 : "Hyung Ku Yoon" <koharrison1@gmail.com>
보낸날짜 : 2017년 09월 13일 명 장 의사들은 전국 상위 1퍼센트의 총명한 두뇌를 가지고 진료실 한켠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파리한 손으로 자판을 두들기며 항히스타민 인터페론 약이나 처방하다 퇴근후 상위 1퍼센트의 소득으로 검정색 벤츠를 타고 미스코리아 출신 부인과 고품격 레스토랑에서 2005년산 프랑스 와인을 곁들여 랍스타를 먹는줄 알았다 그분을 만나기전까지는... 의사들은 환자와의 접촉을 극도로 자제한채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으로 무장하고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은 채 진료시간 1분을 넘기지 않으려 서둘러 처방하고 환자의 질문에는 '밖에서 간호사가 설명할게요..' 방긋이 웃는 시선으로 내쫒는줄 알았다 그분을 만나기전까지는... 의사들은 환자의 고충을 듣고 환자의 마음을 다독거리기보다는 가능보다 불가능의 경우를 먼저 이야기하고 수술에 앞서 회복과 완쾌의 희망을 말하기보다 실패의 가능성을 먼저 이야기하며 결국 선택은 환자와 가족의 것이었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일말의 책임을 면하려는줄 알았다 그분을 만나기전까지는... 수술실앞 모니터에 아버지 이름이 올라와있다 깨어나지 못하실까 다시 나오지 못하실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아버지를 들여보내고 기다리는 시간은 길기만하다 이윽고 머리를 쓸어올리며 그분이 나오신다 '수술 잘되었고 아버님 회복실거쳐 나오실 겁니다' 긴 복도를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난 저 분이 전생에 용맹한 장수가 아니었을까하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역부족임을 알지만 가족을 몰살하고서 황산벌로 나서는 계백장군이었거나 생즉사 사즉생을 외치며 13척의 배로 수백척의 왜군에 돌진하던 이순신장군이었거나 아니면 월남전에서 적의 매복을 뚫고 달려와 목숨을 구해줬다는 삼촌이 말하던 김상사였을지도 모른다 두달새 두번의 수술에도 악성종양이 차올라 금새 부어오르는 상처를 보며 망설임없이 세번째 수술을 계획하시는 그분은 철저히 야전형이다 '아버님 의식이 또렷하신데 통증이 얼마나 크시겄어...' 혹시나.. 너무 빠른 진행에 더이상은 어렵다...하실까 조마조마했던 내 귀에 들린건 '아버님 생신이 토요일이랬죠? 그럼 오후에 바로 수술합시다' 세 번째의 수술로 아버지는 세 번째의 희망을 꿈꾸시고 손자들까지 모두 참석한 생신상에서 당신의 밥한술씩을 골고루 나눠주셨다 수술을 마치고 난 텅빈 복도 모니터엔 '2비뇨기과'수술이 여전히 2개나 남아있고 그분은 보일러실 기름냄새와 눅눅하고 습한 냄새가 어우러진 지하식당에서 4천원짜리 식사를 하신다 그분을 만나기전까지 나는 의술과 상술의 애매한 경계를 의심했었다 그러나 수술실밖에서 기다리는 가족의 심정을 헤아리며 수술대위 환자의 절박함을 보며 외과도를 잡는 그분에게 의술은 곧 인술임을 배웠다 풍족하지 못한 지역의료시설에서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하시는 이충범과장님께 나는 감히 명장의 칭호를 드리고 싶다 |